당신은 아이들을 좋아하십니까?
아역모델을 이용한 CM크리에이티브의 성공 전략
3월 일본 동일본 대지진 이후 5개월만인 올해 7월 CM의 방송횟수가 1049개사, 4117작품, 총 방송횟수 12만 5036회로 2001년(12만 5553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CM이 온에어되었다. 그동안 방송되지 못했던 CM들이 속속 방송되거나 새롭게 제작된 탓도 있고, 여름 성수기를 노린 CM도 많이 제작되고, 일본 기업들이 불황탈피를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CM을 제작한 이유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일본이 지진의 충격으로부터 많이 회복되어가는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즘 일본CM에는 아이’돌’이 아닌 아이’들’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아기(baby),동물(beast),미녀(beauty)가 등장하면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3B법칙이 있듯이 적어도 우리는 귀엽고 이쁜 것에는 본능적으로 한번쯤은 눈이 가고 쉽게 기억하게 된다. 유난히 일본 CM은 이 3B의 등장이 많다. 오버스럽긴 하지만 동물이 피사체로 등장하다못해 이런 의인화기법까지 동원할 정도로 일본CM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어찌됐건 최근 수개월사이에 귀여운 걸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주목을 끄는 두 개의 CM이 있다. 두 CM모두 아이들이 등장하는 CM으로 컨셉이나 느낌이 공유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은 다른 경향을 띄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올해 4월 22일부터 온에어된 탈취제, 방충제, 제습제등으로 유명한 에스테화학의 소취력(쇼수리키)의 CM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을 배경으로 촬영한 이 CM의 컨셉은 간단하다. 단지 소년이 카메라를 보고 소취력의 CM송을 부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의 크리에이티브나 컨셉도 없다. 에스테의 선전부장 및 CD를 담담하고 있는 카게 코지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에스테의 CM들은 쇼킹하고 재미있고 강한 것들이었습니다. 지진이후 무엇을 온에어할지 살펴보았더니 10개 중 9개는 온에어하기 힘든 것이었죠. 3월 17일(동일본 대지진은 6일후) 제작진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다른 기업에 비해 10분의 1, 20분의 1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저희로써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모든 공식들을 버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일본을 응원하는 느낌의 CM송을 부르는 CM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그동안 에스테의 CM들은 유머나 반전 등을 추구했었다. 매니아들이 있을만큼 재미있고 독특한 크리에이티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진피해 이후 국민정서를 감안했을 때 에스테의 그동안의 크리에이티브 공식은 적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CM을 위해 로케이션 헌팅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포르투갈의 한 마을이 1755년에 쓰나미로 6만명의 희생자를 냈던 사실을 알게 된 제작진은 즉시 그 곳으로 달려가 촬영을 시작하게 된다. 이 마을을 배경으로 5편정도가 제작되었지만 노래의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그 중 노래를 잘 부른 미겔 게레이로(Miguel Guerreiro)라는 소년이 등장한 CM이 큰 화제가 되었다. 다른 CM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사실 미겔군은 나이는 어리지만 TV에도 다수 출연하는 포르투갈의 가수이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마을에서 촬영한 일반인들의 노래는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위화감을 준다. 지진에 지친 일본인들을 응원한다는 컨셉에 미겔의 맑고 씩씩한 노래가 화제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사이트에서 패러디들이 봇물을 이루며 이 CM은 일본CM의 절대적 강자 소프트뱅크CM과 호감도 상위 1, 2위를 다툴 정도로 화제가 된다. 그런 와중에 7월말, 에스테는 이 CM의 후속편을 온에어하면서 당당하게 호감도 종합1위를 탈환한다. 일본의 유명 락가수 T.M.Revolution의 니키사와 타카노리가 트위터에 ‘소취력 CM송 연습중입니다’ 라고 올린 글이 계기가 되어 그의 라이브 공연에 실제로 미겔군이 등장, 함께 노래를 부르는 새로운 버전의 CM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CM은 7월 한달 방송횟수 93회, CM접촉횟수 4.06회로 호감도 2위의 소프트뱅크의 방송횟수 480회, CM접촉횟수 22.75회보다 적은 노출에도 불구하고 30포인트이상 놓은 호감도 점수를 얻으며 CM종합연구소 8월 조사결과 1위를 기록하였다. 에스테, 소프트뱅크에 이어 8월 조사결과 4위를 기록한 닛신식품의 치킨라면의 CM도 에스테의 CM과 더불어 아역배우를 모델로 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CM중 하나다. 드라마와 광고 등으로 큰 인기릉 얻고 있는 이사다 마나(芦田愛菜)를 모델로 기용하여 반복적인 CM송을 이용,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고 화제를 일으키는 방식을 택하였다. 특히 이번 CM은 나카마 유키에나 고쿠분 타이치 등의 유명 성인배우들이 10여년간 이끌어오던 치킨라면의 모델을 아역모델로 전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재구축을 꾀하고 있다. 가사내용은 ‘치킨라면 조금씩 좋아져서’라는 식의 내용이 반복되면서 마지막엔 ‘지금 치킨라면의 노래를 장난스럽게 부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계속 CM송을 반복해서 부른다. 이 CM의 화제는 역시 아역모델의 귀여움과 이 CM송의 중독성이다. 2009년에도 이와 비슷한 CM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리크루트의 무료쿠폰북 ‘HOT PEPPER’의 CM이다 유명 가수인 기무라 카에라가 반복적으로 CM송을 부르는 이 CM은 젊은 층에서 흥얼거리면서 널리 퍼져나갔고 기무라 카에라의 콘서트 공연장에서도 직접 부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치킨라면CM과 비슷한 구도와 크리에이티브 느낌을 받는 이유는 이 두CM이 동일한 CM플래너인 야마자키 타카아키(山崎隆明)라는 덴츠 칸사이 지사의 CD가 기획한 CM이기 때문일 것이다. 타카아키의 이 두CM의 또 하나의 동일한 점은 15초와 30초 버전을 만들어 오전타임은 15초버전을 오후타임은 30초버전으로 나누어 중심적으로 온에어하고 특히 초기에는 30초 버전을 중심으로 온에어함으로써 CM송을 더욱 각인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왜 소취력과 치킨라면, 이 두 CM이 이렇게 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일까? 단순히 아이들이 나왔다고 CM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반복적인 CM송을 튼다고 성공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두 CM 다 CM접촉횟수에서 소취력은 월 4.06회(종합 352위), 치킨라면은 월 2.61회(종합 538위)로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상품시용 의향도는 각각 1위와 5위, 애용 지속도는 각각 1위와 3위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CM의 강점은 아역모델들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의 지각적 경계심을 풀어놓고 그 위에 15초라는 짦은 시간동안 큰 변화없는 화면구도와 이야기구조로 하나의 상품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그것도 아주 단순한 노래로 말이다. 존 마에다 교수의 ‘단순함의 법칙(The Laws of Simplicity)’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요즘 CM들을 보면 내러티브가 많고 복잡하거나 그것을 통해 감동이나 웃음을 종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가끔은 재미있고 감동적인 무언가를 보긴봤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날 때도 있다. 흔히 뱀파이어 광고라고 부르는… 수십, 수백편의 광고와 매체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기억하고 지각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애플의 사과, SKT의 ‘생각대로 T’징글과 같은 단서가 있지 않으면 무차별 자극 속에서 각각의 개별 매체를 구별하거나 인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위에서 이야기했던 소취력과 치킨라면 광고를 보자. 그러면 이 두 광고가 가진 강점이 보일 것이다. 적어도 이 두 광고는 재미있으려고도, 귀엽게만 보이려고도, 혹은 뭔가 이쁘게 포장하려고만도 하지 않았다. 그저 광고 안에 브랜드를 한가득 담아냈다. 소취력은 냄새를 없애는 제품이고, 치킨라면은 먹는 제품임을 감안하면 이 두 광고 안에서 그 어떤 것 하나도 이 제품들의 특성을 표현해내지 않고 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클리셰로 포장하지 않아도 이 두 광고가 지향하는 바를 우리는 알 수 있다. 수많은 자극, 수많은 매체, 수많은 제품들 속에서 소취력과 치킨라면을 가장 빛나게 하는 힘, 그리고 구별시키는 것은 심플하고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던지는 두 아이들의 메아리일 것이다. 울리지 않으면 메아리가 되지 않는다. 광고가 감동을 종용하고 멋진 앵글로 감탄을 선사하기에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못하고, 웃음이나 재미를 권유하기에는 예능프로그램보다는 못하다. 15초라는 시간은 하나의 제품을 전달해주기에도 바쁜 시간임에도 수십억을 들여 증발시키기는 너무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