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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수상작을 해부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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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CF’의 그랑프리 대상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도
여지없이 충족감으로 다가왔다. 연말이면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의 수상식들이 이어지긴 하지만 ‘TVCF’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공감하는 광고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광고 분야의 전문가인 광고제작진이나, 기자, 교수들이
평가하는 타수상식에 비해서 TVCF는 유일하게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이 웹이라는 열린 공간 속에서 순수한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선정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올해 역시 TVCF의 선정작은 나를 비롯한 광고에 관심을 가진 모든 주변인들이
예상했던 그런 작품, 바로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란 광고시리즈가 상을 받았다. 불현듯, 이 광고시리즈가
왜 그렇게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고 성공을 거두는 지 분석을 해봐야겠다는 일종의 도전정신이
싹터 올랐다.
'멋있잖아.', '시적이잖아', '웬지 짠하잖아..'등의 직관적인 이야기말고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그렇지만 납득이 갈만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글에서는 이 광고시리즈에 내재된 몇가지 공통요소를 밝혀내서 그 이유를 나름 밝혀보기로 한다. 수긍하신다면 댓글을, 그렇지 않더라도 댓글을...분석대상으로 삼은 광고는 두 편, '영웅' 편과 '상'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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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광고음악에 대해서부터 살펴보자. 이 시리즈에서 기본적으로 쓰이고 있는 음악은 비틀즈의 'Let it be'이다.비틀즈의 원곡이 아니라 가사가 없는 잔잔한 경음악(상 편)내지는 아이의 목소리(영웅 편)를 통해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각 광고 시리즈 마다 쓰이는 악기를 달리하면서 광고전체 분위기를 달리하고 있다.
'Let it Be'란 노래는 몇십년동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송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노래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노래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노래의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차분함 분위기를 연출해주면서 광고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ry comes to m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내가 어려운 시기에 빠져있을 때, 어머니는 제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걱정하지 마라 길이 있을 테니..)'란 가사를 떠올린다면 그 분위기는 훨씬 배가된다. 청취자들은 목적없이 살아가는 빠른 삶 속에 닥친 어려움과 고민을 잊고 잠시나마 'Let it be'라는 느린 노래를 통해 광고 속에 빠져들게 된다.
흑백 화면도 'Let it be'라는 노래와 비슷한 역할을 광고에서 하고 있다. 스틸사진 몇장이 천천히 등장하다 사라질 뿐이다. 광고의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광고의 러닝타임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간이다. 대부분 빠르게 진행되는 동영상 광고는 시선을 끌기엔 좋지만 집중하긴 어렵다. 쉽게 말해서 멍하니, 바보스럽게 영상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라졌다 드러나는 스틸 사진의 경우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광고를 해석하기 위해서 집중적이고 능동적인 해석을 하게 해준다.
빠르게 변해가는, 보다 실제에 가까워지는 비주얼 테크놀로지에 역행하는 흑백의 사진들은 'Let it Be'라는 노래와 함께 우리를 과거의 시간, 즉,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가치들을 떠올리게끔 해주면서 훌륭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책읽기 좋은 전망좋은 커피샾에서 조용한 재즈가 흐르니 이보다 더 감성적인 독서하기에 좋은 여건이 어디있겠는가? 리포트 결과에서도 감성적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광고이해도’에서 전세대에 걸쳐 4.0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가 바로 이러한 광고해독의 집중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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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연말, 타임스는 올해의 인물로 부시도 아닌, 빌게이츠도 아닌 바로 'You, 당신'을 꼽았다. 거대담론의 해체 이후, 블로그와 UCC와 웹2.0가 화두인 요즈음 이 광고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정치인도, 부자도, 연예인도 아닌 일상의 인물들이다. 영웅 중심의 이야기 속에서 아무런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당신은 누군가를 닮아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추구해서 아니라 당신 그 자체이기 때문에, 당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주인공이다. 불길속에서 아이를 구해낸 소방관, 새벽거리에서 마주치는 이름없이 땀흘리는 청소부, 더러워진 옷을 입고 있는 섹시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자원봉사단, 애들의 장난감총에 넘어가주는 아버지, 어린 환자의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의사와 간호사, 해맑게 웃고 있는 노년의 부부...빈익빈 부익부의 유례없는 양극화, 엄두낼 수 없을 정도로 올라버린 집값, 경제적 이유에 의한 잇따른 자살, 신문지상을 도배하는 부패한 정치인들...이런 신문과 TV에 비친 세상가운데 진정 아름답게 묵묵히 자신을 지켜가는 당신에 대한 주목. 바로 이 광고를 보고 감흥을 느끼는 이유다.
그래, 저 더러운 사람들만 대한민국에 있는 게 아니지. 세상엔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지. 더구나 청소부에게 주어지는 최우수 조연상, 노년의 부부에게 주어지는 공로상,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신인상이라는 카피들은 연말의 가식적이고 상업주의에 물들어있는 각종 시상식보다 훨씬 더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효리도, 김상우도, 이준기도 등장하지 않지만 이 광고가 TVCF 분석리포트의 '모델적합성'분야에서 유래없는 최고점을 받은 것도 이런 진실함이 잘 표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없는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가 모델적합성 분야에서 최고의 점수라...스타출연위주의 광고제작방식에 안주하고 있는 일부 대형 광고대행사들에 일침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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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가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이유는 카피와 이미지의 조화로움에서 찾을 수 있다. 본 광고는 동일한 컨셉아래 같은 구조가 계속 반복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카피가 등장을 하면서 스틸컷이 천천히 등장을 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때 카피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한민국 가수상이라고? 누구지? 그렇지만 이효리나 비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어린아이의 스틸컷이 등장을 한다. 대한민국 연기대상이란 카피가 나오지만 스틸컷에는 송강호도, 문소리도 아닌 장난감 총에 죽는 연기를 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이런 구조에 익숙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수수께끼를 풀듯이 광고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서 수수께끼의 해답, 즉 스틸컷이 나올때마다 공감을 하면서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점점 더 큰 감흥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신인상이라는 카피와 함게 등장하는 갓난아기의 스틸컷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상에서 본 광고가 성공적이었던 세가지 이유를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분석해보았다. 광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과 이미지, 광고 주제의 시의 적절성, 그리고 소구방식에 관한 세가지 방향에서 이뤄진 분석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광고 분석을 통해서 광고제작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광고제작에 있어서 철저히 개인의 직감에 의존하기보다는 사회전반적 트렌드를 살펴보는 거시적 관점과 광고물을 구성하고 있는 기호체계들에 대한 미시적 관점의 조화를 통해서 보다 확장되고도 심도있는 크리에이티브를 가져갈 수 있을 바탕을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마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광고가 눈에 익을 즈음에 우리는 이미 유사한 광고들을 tv화면에서 접하고 있다. 하나의 새로운 물줄기를 틔운 이 광고덕분에 당분간은 많은 광고사들이 이런 물줄기에 몸을 맡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또한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함도 물론이다. 하지만 그런 광고인들의 스트레스와 노력이 바로 시청자들을 한번 웃게 만들고, 한번 쉬어가게 만들고, 한번 되새겨보게 만드는 예술작품의 결실을 맺지 않았던가? 이런 Well-made 광고를 내보내면서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연말에 과시용으로 하는 기업들의 불우이웃돕기활동보다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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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시리즈 중 <상> 편 리포트 |
시삽 : Toru(고려대학교)
* 위 심화평가분석 리포트를 개인블로그나 사이트에 게재하실경우 반드시 출처(tvcf.co.kr)와 시삽을 명확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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