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파트 시대의 뜨거운 경쟁
래미안
06.11.13
자이
06.12.06
푸르지오
06.09.30
힐스테이트
06.10.23

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브랜드 제품은 이름값만큼 높은 프리미엄을 통해서 명품으로 거듭나고, 그를 통해서 기업에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브랜드의 어원은 노르웨이에서 목동들이 소의 소유를 구별하기 위해 자신만의 표시를 만들어 인두로 짖었다는 의미인 'Brandr(화인:火印, 낙인:烙印)'에서 유래되었다고 보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자신의 소유권을 증명한 것이다. 일본은 오래된 가게의 입구에 드리워진 천을 '노렌(のれん)'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으로 그 곳의 역사와 브랜드를 나타내게 된다.

이처럼 기업이 자사 제품에 브랜드를 부여하는 것은, 경쟁 상대의 제품과 명확히 구별하고 소비자의 상표 충성도(brand loyalty)를 높여 자사의 브랜드에 반복적 구매 성향을 보이고 구매빈도를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부동산 문제로 복잡한 우리나라 아파트시장에서도 건설업체들간의 브랜드 아파트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짝퉁 아파트가 등장하는가하면 오래된 아파트의 브랜드를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로 도색하여 프리미엄을 얻으려는 행태까지 속출하고 있다.
건설업체들도 이러한 브랜드 아파트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으며 다양한 광고 전략을 통해서 경쟁사와의 차별을 꾀하고,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심리학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질서와 일관성의 유지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갖고 있는데, 자신이 갖는 내적인 신념이나 태도 혹은 행동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거나 갈등을 일으킬 때 긴장상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을 ‘인지 부조화 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이라고 설명한다. 즉, 두 가지의 상품 중 하나만을 선택했을 때, 선택하지 않은 제품 혹은 기능에 대해서 상실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소비자의 부조화가 큰 상품의 경우, 광고가 구매 후의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지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인지 부조화를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주로 자동차와 같이 교체주기가 길고 고가의 상품의 경우에 이러한 인지 부조화의 해소를 위하여 광고를 통해 구매자에게 사회적인 지위를 부여해주고, 자사의 제품을 명품화시킴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쉽게 브랜드를 바꾸거나 자주 구매할 수 없는 고비용의 상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자의 인지 부조화에 대한 해소가 절실히 필요한 상품 중의 하나이다. 특히 다른 제품에 비하여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통한 가시적인 가격의 상승을 도모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광고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on air된 삼성물산의 ‘래미안’의 경우, 여성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연작드라마 형식을 취한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과거의 첫사랑의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하는 듯한 영상과 설정을 통해서 30~40대 여성 타겟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아파트의 기능적인 측면이나 외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래미안’이라는 삼성물산의 독보적인 브랜드를 어필시키고, 노스탤지어의 판타지를 ‘래미안’이라는 무대와 접목시키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의도대로 여성 소비자들에게 광고의 주목도 부분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으며, 모델의 적합성 또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제품의 구매도가 가장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파트 광고는 광고를 통한 직접적인 구매를 유발시키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파트 광고의 목적이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현재 구매한 고객들의 만족감을 높이고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높이는 데에도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파트 광고는 주목도를 높임으로써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호감이 가는 이미지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역시 이러한 경향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데, 광고의 주목도, 명확성, 이해도 부분에 비해 제품의 구매도가 성별에 관계없이 매우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푸르지오’의 광고 컨셉과 관련지어서 살펴 볼 수 있는데,‘푸르지오는 푸르지오를 느낀다’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푸르지오’의 고객으로써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시 한번 소비자의 인지 부조화의 해소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역시 그런 목적성이 부감됨으로써 구매도에 대해서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이와는 달리 모든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바로 GS건설의 ‘자이’ 광고이다. ‘자이’ 광고의 경우,모델 이영애를 통해서 꾸준히 자이 광고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아파트의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 자이 안에서의 인간적인 커뮤니티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제시함으로써 구매도를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나타내고 있다.


광고의 독창성이 낮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이러한 광고 형태를 꾸준히 유지한 결과,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의 결여에 대한 평가의 결과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관된 모델과 컨셉을 통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써 모델의 적합성은 물론 구매도까지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아파트의 주요 고객층을 30~50대까지로 본다면 모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이 연령대의 고객층은 아파트의 소유를 통하여 안정감을 원하며, 또한 광고 속의 준거집단을 통해서 자신 역시 그 집단에 동화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아파트 광고의 모델의 경우,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모델들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번에 ‘힐스테이트’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가지고 브랜드 아파트 시장에 뛰어든 현대건설의 광고가 바로 이런 모델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광고라고 볼 수 있다.
‘현대홈타운’이라는 브랜드를 ‘힐스테이트’로 전면 교체하여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로써의 도약을 시도한 현대건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델들을 기용함으로써, 신생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안정감있고, 중후한 현대건설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런칭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도와 모델의 적합성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있으며,’H’라는 이니셜을 통한 슬로건을 내세운 캠페인을 통해서 빠르게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2000년대 초까지 아파트 브랜드들이 형성되는 시기가 지속됐다면, 요즘 같은 시기엔 브랜드가 아파트의 가치를 나타내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아파트 브랜드는 단순히 아파트의 명칭을 나타내기 위해 도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자 전략적인 브랜드로써 소비자들은 원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얻기 위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으며 아파트 브랜드를 통해 거주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추측하기도 한다.

또한 업계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브랜드는 곧 분양가 책정 기준이며, 시장 가격 형성의 중요한 요소다”“브랜드 개발 및 선택은 비용과 제반 조건을 떠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어야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부동산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에 브랜드가 지대한 영향을 끼침으로써, 거대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의 브랜드는 무시하지 못할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아파트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각 건설사들의 브랜드가치 향상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CI교체와 대대적인 브랜드 네임 교체와 혁신은 물론, 배용준이나 김정은, 박신양과 같은 빅 모델들을 기용함으로써 선두기업들을 추격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간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대형 건설업체들간의 창과 방패의 경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여지면서 향후 브랜드 아파트 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까지 그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삽 : 최익영(홍익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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