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컬러마케팅(color marketing)이 전세계적인 화제로 떠오르면서 컬러(color)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컬러리스트(colorlist) 자격증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는 국가공인자격시험으로 실시되면서 관념적이었던 색채의 영역이 점점 더 전문적이고 실체적인 형태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시각매체가 다양해지고 소비자들이 그런 시각적인 매체에 자주 노출되면서 소비자의 오감(五感) 중에서 시각의 영역이 마케팅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87%에 달할 만큼 다른 감각들이 주는 효과보다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컬러는 소비자들의 시각 영역을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함과 동시에 가장 빠르고 견고하게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백색가전의 영역에 레드 컬러가 접목되거나, 신용카드에 다양한 컬러들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마케팅의 성공으로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에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컬러를 부여하려는 시도들이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컬러가 화이트 컬러와 레드 컬러, 그리고 블랙 컬러이다. 가장 리스크가 적고 현대적인 감각과 개념을 지닌 컬러임과 동시에 상품기획부터 생산, 사후관리에 이르는 종합적인 영역에서 변질되지 않으면서 폭넓고 다양한 영역에 접목시키기 쉬운 컬러이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이 세가지의 컬러 중에서 현재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이루는 컬러는 단연 블랙(black)컬러이다. LG싸이언의 ‘쵸콜렛폰’이나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과 같은 가장 트렌디한 제품군들에서 선택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컬러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브랜드나 제품에 쓰여져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없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블랙마케팅을 가장 효과적이면서 전략적으로 시도한 눈에 띄는 브랜드 중에 하나가 바로 GM대우의 ‘마티즈’이다. ‘투톤 컬러팩’이라는 다소 패키지적이면서도 20~30대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마케팅 전략을 택한 마티즈는 경차가 태생적으로 지닌 평가절하된 브랜드 이미지에 ‘블랙커피’의 거품없고 깔끔한 이미지를 끌어들임과 동시에 블랙컬러가 가진 고급스러움을 통해 경제적이면서도 고급화된 브랜드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색깔있게 산다’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이러한 마티즈의 ‘투톤 컬러팩’ 마케팅 전략을 가장 함축적인 문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단순히 컬러를 시각적으로만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제품의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결부시킨 메세지를 통해 제품의 명확성 부분에서 소비자들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한 경차이면서 컬러를 사용한 마케팅 전략답게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어필하고 있으며 젊은 층들에게 더욱 어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컬러 마케팅이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어필하는 부분은 있지만 블랙 컬러의 경우 연령대에 따른 편차는 제품의 특성이나 상품군에 따라서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걸 보여주는 광고가 이번에 새롭게 On air된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TVCF이다. ‘마티즈’와는 달리 중형 SUV모델로써 중후하면서도 더욱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이번 TVCF의 특징이다. 검은 말, 블랙 커피, 검은 피아노의 역동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이어서 쏘렌토를 등장시키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욱 고급스럽게 재고함과 동시에 ‘남자의 블랙은 오만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주요 타겟층인 남성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증대시키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이런 블랙컬러의 안정적이면서 진지하고 힘있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탓에 50대, 40대, 30대에 걸친 주요 소비자층에게 제품구매도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중장년층 남성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블랙컬러의 이미지와 강렬한 캐치프레이즈가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와 대조적으로 가장 감각적이면서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블랙컬러를 사용한 제품은 단연 LG전자의 ‘싸이언 아이디어 쵸콜렛폰’일 것이다. 일단 현빈, 다니엘 헤니, 김태희라는 빅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삼각관계라는 흥미있는 내러티브 요소를 가미하여 젊은 소비자들에게 모든 부분에서 큰 점수를 얻고 있다.
특히 블랙컬러를 가진 핸드폰을 달콤한 ‘쵸콜렛’의 이미지와 결부시키면서 블랙컬러의 아이덴티티를 한층 더 감각적으로 부각시킨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상품의 기획단계부터 블랙컬러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영역들을 확보하였고 ‘쵸콜렛’이라는 신세대적인 아이덴티티와 ‘블랙’의 전통적인 고급스러움을 깔끔하게 조합시킨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컬러(color)는 미학적인 측면과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나눠져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위에서 다룬 블랙(Black)컬러의 경우 심리학적으로 ‘격식화’, ‘금욕’, ‘진지함’, ‘힘’등과 같은 단어들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자나 어둠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불안’이나 ‘강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무거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직자나 법관의 복장에 경건한 느낌으로 많이 사용되었고 그와 반대로 귀족들의 복장에 사용되면서 ‘오만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내포하기도 하였다.
미학적으로는 유채색의 모든 색을 포함, 흡수할 수 있는 색이면서 다른 색들의 본질을 상실시킬 수 있는 성질을 지닌 색이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먹’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색이기 때문에 모든 문화에 걸쳐 검정색이 들어가 있으며 쉽게 변질되지 않는 블랙의 속성 때문에 우직한 동양적인 사상과도 일맥상통하였다.
컬러는 심리학와 미학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시대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21세기를 ‘컬러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색이 지닌 영속적인 속성, 그 이상의 영향력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는 점점 ‘이미지’를 파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그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바로 이 ‘컬러(color)인 것이다.
날이 갈수록 제품 개발과 더불어 디자인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스포츠나 정치의 영역에서도 컬러를 통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유지, 홍보하려는 노력과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컬러의 시각적인 측면과 트렌드를 따라서 일시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시도에 대한 성공의 확신은 갖기 어렵다. 브랜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모든 것이 그 컬러를 중심으로 총체적이면서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전략적인 계획과 개념이 수반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와 감성을 빠르게 잡아내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시각 메세지에 반영시키는 것 또한 컬러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앞으로 어떠한 트렌드에 편승하여 획일적인 색채들을 이용한 컬러 마케팅이 아닌 폭넓은 소비자들의 개성을 연구하고 그것을 컬러에 접목시키고 그것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을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컬러들을 이용한 마케팅을 통해서 다양한 컬러스펙트럼을 가진 브랜드들이 경쟁력과 개성을 가진 브랜드로 사회 전반에 많이 자리잡기를 바란다.
시삽 : 최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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