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고조시키는 드럼 비트, 낮게 깔리는 베이스 소리의 팝송이 흘러나온다. 배경은 뉴욕의 어느 거리일 것이라 지레 짐작하게 만들 만큼, 모던하고 세련되었다. 핏 좋은 양복을 입은 두 명의 신사와 잘 빠진 자동차는 여기에 화룡점정을 더하며,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남자가 좋아하는 요소를 너무 잘 안다. 그야, 피파 온라인이니까
[ THE ICON CLASS ]
차범근과 박지성, 두 명의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를 우리는 지금도 기억하며 존경한다. 그저 잘해서? 그런 이유는 물론 아니다. 광고의 도입에 나오는 THE ICON CLASS는 이 광고 영상의 주제를 담음과 동시에 두 전설을 수식해 준다. 이들은 선구자이자 상징이었다. 축구에 있어 세계 최고의 무대인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세계에는 미치지 못하던 한국 축구에 강렬한 바람을 불어 넣어 주었고,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존재 자체로도 심장을 뛰게 하는 상징이었다. 이 두 명의 ICON CLASS를 모델로 선정한 것은 너무나도 탁월했다. 이미 여기 한 명의 남자가 피파온라인 4를 깔고 있다. 이미 흥분한 상태니 밤을 새워서 할 생각이다.
[ 차범근과 박지성 ]
광고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는 모든 요소를 가볍게 씹어 먹는 것이 있다. 바로, 광고의 모델이다. 광고를 볼 때의 우리의 모습을 그려 보자. 딱히 관심이 없는 분야의 광고가 TV에서 나오고 있다. 광고가 끝나고 다음 영상을 이어 보기를 원하고 있을 때, 맙소사 광고의 모델이 아이유였다. 그러자 딱히 관심도 없던 제품인데도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보게 된다. 혹은, 유재석 아저씨가 등장해 보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뭔가 믿음직스러워 보험을 하나 들까 고민하던 나의 마음을 가볍게 낚아채어 간다.
사실, 광고에 있어 모델이 가지는 힘은 강할 수밖에 없다. 제품이건 서비스건 결국 무생물인 반면, 사람은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행동도 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우리의 마음에 침투할 수 있다.
그런데 축구 게임의 모델로 차범근 박지성이 나왔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이 광고는 절반 이상을 먹고 간다. 다시 피파 온라인에 뛰어들어 차범근과 박지성을 각각 다섯씩 넣고, 골키퍼로 이운재를 앉혀두어 한 팀을 만들고 싶어진다.
[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것은 포커스, 구성, 색을 통해 ]
모델이 반을 채웠으니 이제 나머지 반만 채우면 된다. 그 반을 이 광고는 포커스, 구성, 색으로 채워 넣었다. 먼저 포커스를 보면, 각 모델이 혼자서 등장하여 워킹할 때에는 포커스를 모델의 특정 한 부분을 비추기보다는 곳곳을 비춤으로써 그 모델을 더욱 부각시킴과 동시에, 제3자가 바라보듯 구성을 함으로써 실제로 눈앞에서 모델을 관망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차범근 박지성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영상이 정확히 대칭이 되도록 포커스를 맞추어 두 레전드가 동등하게 조화되어 화면을 장악한다. 특히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니폼을 바라보는 모습은 대칭과 조화를 이루어 이 영상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또한, 처음은 양복으로 등장하여 워킹하고 그 후에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으로 달려 입장하도록 구성한 것 또한 아주 멋있게 보였다. 여기에, 영상의 거의 대부분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채우고 할로겐 조명을 더함으로써 영화 대부를 보는 듯한 무게감 또한 주고 있다. 피파 온라인의 로고색과 매칭을 하기 위해 흑백을 강조한 점 또한 아주 멋지게 다가온다.
[ 두 레전드가 만나 이 열기를 느껴봐 ]
차범근과 박지성이 만나 유니폼을 향해 걸어 갈때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이다. 게임 광고는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 제품 사주세요, 우리 회사 서비스 좋습니다'라는 말은 필요 없다. 신규 플레이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시선을 사로잡는 것, 기존의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신선함과 대리 경험을 계속해서 투입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게임 광고가 지향해야할 포인트를 이 광고는 너무나도 현명하게 캐치하여,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간만에 게임 광고를 보며 설레었다.
일단은, 두 레전드와 만나서 열기좀 느끼고 오겠습니다.